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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 극복기: 2주간 3번의 응급실 방문과 시술까지, 생생한 치료 후기

by 밥솥맘 2025. 3. 13.

저희 어머니께서는 올해 여든이 가까운 연세이시지만, 지난해 빈맥으로 시술을 받기 전까지는 큰 병 없이 지내오신 분이셨습니다. 평생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도 없이 건강을 유지해 오셨기에,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크셨죠. 하지만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쓰러지시면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119를 불러 응급실로 향한 후, 종합병원에서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부정맥)’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전극도자절제술이라는 시술을 받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의 연속이었어요. 특히 시술을 받기 직전 2주 동안은 무려 세 번이나 응급실을 찾는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불안, 그리고 희망이 뒤섞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의 후기에서 큰 도움을 받았기에, 저 또한 이 경험을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혹여 저희 사례가 누군가에게 작은 힌트라도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발병부터 시술까지의 여정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해 보겠습니다.

 

2024년 7월 6일

어머니께서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호소하셨다. 직접 맥박을 체크해 보니 확실히 평소보다 빠른 편이었다. 예전에도 가끔 이런 증상이 있었지만, 저절로 사라지곤 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당장은 지켜보기로 했고, 몇 시간이 지나자 괜찮아지셨다.

 

2024년 7월 20일

새벽부터 2주 만에 또다시 심장 두근거림을 느끼신 어머니는 참아보겠다고 하셨다. 걱정스러웠지만 출근을 했고, '설마 큰일이야 나겠어?' 하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듯 보였다. 너무 놀라 119에 전화를 걸었다. 살면서 처음 불러본 구급차였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심전도 검사, 혈액 검사 등 여러 검사가 급하게 진행되었다. 맥박은 150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문의 선생님께서 응급처치로 어떤 주사약을 투여하셨는데, 놀랍게도 순식간에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약물이 아데노신 주사제(부정맥 치료를 위한 응급약)였던 것 같다. 맥박이 안정된 후 어머니의 상태도 거짓말처럼 회복되었다.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병도 있구나 싶었다.

 

2024년 7월 25일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24시간 심전도(홀터 모니터) , 심장초음파, 심장 MRI 등 여러 검사를 받으셨다.

 

2024년 8월 1일

검사 결과, 어머니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부정맥)’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참지 말고 즉시 응급실로 와서 주사제를 투여받으라고 하셨다. 앞으로 같은 증상이 다시 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하셨다. 불안하면 약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권하셨지만, 우리는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최근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인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생활습관을 개선하며 몸 관리를 해보기로 했다.

 

2024년 8월 14일

새벽에 다시 증상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그동안 부정맥에 좋은 것들을 찾아 실천해 봤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주사제를 투여받자 또다시 거짓말처럼 상태가 호전되었다.

 

2024년 8월 16일

결국 선생님께서 권하신 약물을 복용해 보기로 했다. ‘콩코르’ 반 알을 처방받았다. 이 약이 빈맥을 완전히 막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다만,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가서 주사제를 투여받으라고 당부하셨다.

사실 선생님께서는 약물 치료보다는 특정 부위가 의심된다며 전극도자절제술을 권유하셨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한 발 물러서 약물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쯤 되면 우리 모녀는 꽤나 고집스러운 환자였던 것 같다. 절제술이 수술보다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하지만, 심장에 카테터를 삽입해 치료한다는 것이 쉽사리 결정 내릴 일은 아니었다. 약물로 관리하며 지켜보면 괜찮아질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베타차단제 - 콩코르정 사진
심장 선택적 베타 차단제: 콩코르

 

2024년 11월 24일

부정맥 약을 복용한 지 약 3개월이 지나갈 무렵, 어머니께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셨다. 그러나 그날 이후부터 감기 증상을 보이셨다. 목이 심하게 부은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셨고, 다음 날 이비인후과를 다녀오신 후부터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2024년 11월 28일

기침이 점점 심해지셨고, 목 안쪽이 불편해 물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셨다. 마침 이날은 오전 근무였기에 집에 일찍 도착했다. 어머니의 상태를 살펴보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평소와 달랐다. 단순히 목이 잠긴 것이 아니라, 목소리 자체가 이상하게 들렸다. 발음도 어눌하게 느껴졌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인한 언어 장애가 의심되어 순간 아찔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보니 또 정신은 또렷하신 거 같았다. 한 발로 서 보게도 하고, 나름의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뇌출혈 가능성이 높은 것 같지는 않았다.

곧바로 어머니를 모시고 이비인후과로 갔고, 단순 감기가 아닌 것 같으니 면밀히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께서도 뭔가 느낌이 오셨는지 코로 내시경을 넣어 검사를 진행하셨다. 그리고 깜짝 놀라며 말씀하셨다.

“한쪽 성대가 마비가 왔으니 빨리 큰 병원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3개월 만에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부정맥이 아니라, 병명이 하나 더 추가된 상태로 말이다.

이번에는 뇌부터 흉부까지 쭉~ 검사를 진행했다. 

 

2024년 12월 3일

뇌 CT, MRI 결과에서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성대 마비의 원인을 찾기 위해선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더 큰 상급 병원으로의 의뢰서를 작성해 주셨다. 혹시 부정맥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여쭤보았지만, 그저 불운하게도 별개의 문제가 겹친 것일 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고 하셨다.

그러나 문제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성대 마비로 인해 음식을 제대로 삼키기 어려웠고, 특히 물과 같은 유동식은 더 삼키기 힘들었다. 마비된 성대 쪽으로 침이 기도로 넘어가 밤에는 제대로 누워 잘 수도 없었다. 물이나 음식을 삼킬 때마다 사레가 들려 식사가 고통스러웠다. 대학병원 진료 예약은 3주 후로 잡혔고,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그 3주를 기다리는 동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빈맥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짧은 간격으로...

 

2024년 12월 5일

음식과 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지 보름이 가까워지면서 어머니의 체력은 급격히 저하되었다. 새벽, 갑자기 빈맥이 발생하며 심박수가 169까지 치솟았다. 정말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응급실로 급히 향했고, 주사제 투여 후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어머니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2024년 12월 10일

빈맥은 5일 만에 다시 찾아왔다. 이번 응급실 방문은 이전과 달랐다. 주사제를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맥박이 쉽게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첫 번째 주사제를 투여 후 내려가는 듯하다가 다시 올라가는 맥박을 보며 의사 선생님도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결국 한 차례 더 투약을 하자 맥박이 급격히 떨어졌다. 순간 심전도 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울렸고, 몇 초간 심장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곤 서서히 맥박이 오르면서 안정되기 시작했다. 너무도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거의 실신 상태에 가까웠다. 안정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집에 돌아와서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매일 밤이 두려웠다. 나는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어머니는 기도로 넘어가는 침 때문에 바로 눕지도 못한 채 새벽마다 기침과 빈맥의 공포 속에서 지내야 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틀 만에 다시 빈맥이 찾아왔다.

 

2024년 12월 12일

이제는 어머니께서 먼저 "과장님 좀 불러주세요"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의사 선생님을 붙들고 "제발 빨리 시술을 해주세요"라고 간청하셨다고 한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하자 할 때 하지 않고 이렇게까지 고생하시고 나서야 결정을 하시네요"라며 안타까워하셨다.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무서워서요…"라고 답하셨고, 선생님께서는 "저도 무섭습니다. 모두가 무섭습니다. 하지만 꼭 해야 할바엔 빨리 해야지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긴급하게 시술이 결정되었고, 빠르게 날짜가 잡혔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서 보냈다.

 

2024년 12월 18일

17일 입원을 했고, 18일 오전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았다.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우리에게 선생님께서는 "최선을 다해 결절위치를 찾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안심시켜 주셨다. 그리고 약 1시간 반이 흘렀을 때, 다시 나타나셔서 "조금 어려운 부위였지만, 잘 끝났습니다"라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주셨다.

잠시 후, 어머니도 시술을 마치고 나오셨다. 마치 숙제 하나를 해결한 듯한 기분이었다.

하루 만에 퇴원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있었다.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2024년 12월 26일

일주일 만에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 검사결과 아주 잘 된 것 같습니다. 이젠 안 오셔도 됩니다. 약도 안 드셔도 됩니다. 잊고 사시면 됩니다. 혹시 다시 재발을 하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합시다." 결론이 아주 명쾌하셨다.ㅎㅎ

대구파티마병원 조현준 과장님 감사합니다.^^


이 글은 어머니의 병이 발병한 순간부터 시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성대 마비 치료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길어질 것 같아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진단서&진료비 계산서
최종진단명: 방실 결절 회귀성 빈맥 / 최종본인부담 진료비: 510.700원

※ PSVT는 주로 전기 신호가 심장에서 비정상적인 회로를 따라 순환하면서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전이 있습니다.
1. 방실 회귀 빈맥(AVRT, Atrioventricular Reciprocating Tachycardia): 기저에 있는 부전도로(예: WPW 증후군)로 인해 발생
2. 방실 결절 회귀 빈맥(AVNRT, Atrioventricular Nodal Reentrant Tachycardia): 방실결절 내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 순환 (저희 어머니 병명입니다.)
3. 심방빈맥(Atrial Tachycardia): 심방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 발생

 

그리고, 많은 분이 궁금해하실 시술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진료비 계산서를 받아 들고, 한동안 눈을 의심했습니다. 숫자가 하나 빠진 줄 알았어요. "설마... 이게 맞아?" 어머니와 함께 영수증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죠. 혹시나 오류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런데 나중에 보험금 청구를 하면서 세부 내역서를 받아보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비급여 처치를 최소화한 데다,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였더라고요. 덕분에 부담이 확 줄었습니다.

이 순간,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진짜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세계 최강! 대한민국 만세! 🎉😂

 

※ 산정특례란?

산정특례란, 중증 질환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건강보험에서 본인 부담금을 낮춰주는 제도입니다.

 

산정특례 대상 질환

  • 중증질환: ,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질환, 중증화상 등
  • 희귀·난치성 질환: 루게릭병, 크론병, 다발성경화증 등

💰 혜택

  • 일반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시 본인 부담률이 20~60% 이지만,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5%로 대폭 낮아짐 (일부 질환은 10%)
  • 중증 환자의 경우 검사, 수술, 치료 등의 비용 부담이 확 줄어듦

📝 신청 방법

  • 해당 질환을 진단받은 의료기관에서 직접 등록 가능
  •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또는 가까운 지사에서 신청 가능

즉, 경제적 부담 없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

 

💡 클릭하시면 이질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어요.

발작성 심실상성 빈맥(PSVT)과 전극도자 절제술(카테터 절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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